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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일기/밥상 위의 세상22

밥 대신 간식, 고구마와 샌드위치로 채운 오늘의 식탁 한식 밥상을 좋아하지만, 요즘은 간단한 간식으로 한 끼를 떼우는 날도 많아졌어요. 오늘은 • 쌀식빵에 달걀지단을 넣은 샌드위치, • 그릭요거트 위에 그래놀라 한 스푼, • 오븐에 구운 고구마 한 접시로 소박하게 한 끼를 마무리했답니다. 가끔은 ‘밥을 안 차렸다’는 미안함이 드는데, 가족들이 “더 좋아~”, “이게 더 잘 먹혀”라고 말해주면 그 미안함이 슬며시 사라져요. 요즘 사회는 이상하게 ‘밥 대신 간식’이라는 말이, 책임 대신 회피로 들릴 때가 있어요. 정치는 책임을 덮고, 뉴스는 진실을 감추고, 우리는 그렇게 얇아지는 밥상과 무거워지는 마음을 마주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웃어요. 고구마 하나를 반으로 갈라, “엄마 이거 꿀 찍어먹어봐” 말하는 아이가 있으니까요. 밥보다 더 따뜻한.. 2025. 5. 4.
영화<파과>후기: 늙는다는 잊히는 게 아니라, 깊어지는 것이다. 노년의 킬러, 조각. 그녀의 이름에서 이미 이 영화는 시작됩니다. 단단한 껍질처럼 삶을 견뎌온 사람. 는 그녀의 시간을 따라가며 묻습니다. “오래된 건, 과연 쓸모없어지는 걸까?” 이혜영 배우는 정말 ‘조각’ 같았습니다. 빠르고 화려하진 않지만, 세월이 다져낸 단단함과 조용한 위엄이 있었어요. 그 안에 깃든 감정들은 말보다 더 깊게 전해졌습니다. 김성철 배우의 ‘투우’는 조각과 대비되는 젊음이었지만, 그 젊음 속엔 공허함이 느껴졌어요. 두 사람의 대화는 대립이 아니라, 세대의 숨결이 부딪히는 일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늙는다는 건, 사라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도 조금씩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지고 있었던 거예요. 조각처럼요. 함께 먹은 음식: 조개찜 영화를 .. 2025. 5. 3.
한쪽 눈으로만 보는 세상, 국물은 탁해진다. 가자미미역국 맑은 가자미미역국 이야기 오늘 아침은 맑은 가자미미역국입니다. 맑고 시원한 바다의 기운이 퍼지는 이 국에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뿌연 하루입니다. 가자미는 한쪽 눈으로만 보는 생선이지요. 오늘 대법원 판결을 떠올리며 편파적인 시선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떠올려봅니다. 맑은 국물처럼 투명해야 할 사법이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면, 그 바닥은 탁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미역은 생명을, 새 출발을 상징하지만 오늘은 그 시작이 마냥 축복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진실을 향한 길이 멀어질수록 밥상은 더 뜨거워지고, 국민의 눈은 더 맑아집니다. 가자미미역국 간단레시피 (맑게 끓이는 법) 재료(2~3인분)가자미 1마리 (또는 손질된 필렛 200g)마른 미역 15g다.. 2025. 5. 2.
황태뭇국과 도토리묵, 그리고 부드럽게 다시 말라붙었던 황태살도 뜨끈한 국물 속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풀어낸 계란은 서로의 모서리를 감싸고 시금치와 베이컨은 초록과 붉은 마음을 나눕니다. 도토리묵은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고, 상추는 늘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사람 사는 일도 그러했으면. 말라 있었던 마음도, 흩어진 관계도 오늘 밥상처럼 부드럽게, 다시 어우러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아침, 속은 풀리고 마음은 따뜻해지는 밥상 한 그릇 올립니다. 2025. 5. 1.
세상도 밥상도, 함께 익어야 진짜 맛이 된다.돼지갈비구이와 알배기배추찜 뜨겁게 구워지는 돼지갈비.짙은 향이 부엌 가득 퍼진다.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고기를 바라보다 보면,한쪽에서는 알배기배추가 부드럽게 숨을 죽인다. 강하고 짙은 맛, 그리고 조용하고 담백한 맛.서로 다른 결을 가진 두 음식이 한 상에 올라와조화를 이룬다. 강함과 부드러움.주장과 경청.때로는 부딪히고, 때로는 어울리며.식탁 위에서 배우는 세상의 이치.강한 맛만으로는, 부드러운 맛만으로는진짜 한 끼가 완성되지 않는다. 요즘 세상도 이와 비슷하다. 목소리가 크다고 정답은 아니고, 조용하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함께 익어야 진짜 맛이 되고, 함께 걸어야 진짜 세상이 된다. 오늘 아침, 이 소박한 밥상 위에서 나는 세상을 다시 한 번 배운다. 2025. 4. 30.
따뜻한 밥상, 조용한 마음 - 대구 산불을 생각하며;오징어볶음 오늘 아침, 오징어볶음을 볶으며 익숙한 하루의 시작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김이 오르고, 양념이 퍼지며 익어가는 냄새는 늘처럼 반가운 아침 풍경이었지만 어제 들려온 대구 산불 소식이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직 진화되지 않은 불길, 그리고 초등학교로 대피한 이웃들. 이 아침, 따뜻한 밥상을 앞에 두고 그분들의 밤은 얼마나 춥고 불안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오늘 저의 밥상은 ■ 매콤한 오징어볶음 ■ 사골콩나물국 ■ 연근강정,땅콩조림,총각김치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한 끼를 준비합니다. 누군가에겐 평범하지 않을 하루,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조용히 응원합니다. 2025.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