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구워지는 돼지갈비.
짙은 향이 부엌 가득 퍼진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고기를 바라보다 보면,
한쪽에서는 알배기배추가 부드럽게 숨을 죽인다.
강하고 짙은 맛, 그리고 조용하고 담백한 맛.
서로 다른 결을 가진 두 음식이 한 상에 올라와
조화를 이룬다.
강함과 부드러움.
주장과 경청.
때로는 부딪히고, 때로는 어울리며.
식탁 위에서 배우는 세상의 이치.
강한 맛만으로는, 부드러운 맛만으로는
진짜 한 끼가 완성되지 않는다.
요즘 세상도 이와 비슷하다.
목소리가 크다고 정답은 아니고,
조용하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함께 익어야 진짜 맛이 되고,
함께 걸어야 진짜 세상이 된다.
오늘 아침, 이 소박한 밥상 위에서
나는 세상을 다시 한 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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