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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4

매년 같은 자리에서, 미역국을 끓인다.가자미살미역국 미역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같은 자리에서, 미역국을 끓입니다.오늘은 친정아버지 생신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가자미살을 바르고, 미역을 불리고, 국을 끓였습니다.아침드시기전 갖다드리려고 서둘렀지요.그 중 조금 덜어둔 미역국 한 그릇은 저희 가족의 아침 밥상 위로 올랐고요. 남은 가자미살 두 덩이는 쌀부침가루와 계란물로 감싸 노릇하게 부쳐냈습니다.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배추 한 포기. 길쭉하게 썰어 소불고기에 함께 볶았죠. 아삭한 배추의 식감은 소불고기의 풍미를 덜어내는 대신 더 따뜻한 속마음을 불러옵니다. 사소한 재료들, 단출한 밥상이지만 그 안엔 매년 아버지 생일을 기억해내는 마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조용히 흐르는 애정과 책임이 담겨 있습니다. 미역국.. 2025. 5. 14.
겉바속촉 애호박전을 기대하셨나요? "겉바속촉? 아니요, 그냥 속촉이에요." 애호박전을 부치며 ‘겉바속촉’을 꿈꾼 적이 있다면, 저와 같은 착각을 해보신 겁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전이라니… 감자전이라면 몰라도, 애호박전에게는 너무 큰 기대였던 것 같아요. 저는 오늘도 애호박을 썰었습니다. 쌀부침가루를 살짝 묻히고, 계란물에 담가 팬에 하나씩 올려봅니다. 중불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애호박 향이 은근히 퍼집니다. 그런데요, 아무리 잘 부쳐도 바삭하다는 느낌은 안 옵니다. 오히려 겉은 살짝 얇은 껍질처럼 익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채로 남아요. 이게 바로 애호박전의 ‘정체성’인가 봅니다. ‘바삭함’이란, 애호박전에게는 없는 성질일지도요. 검색을 해봐도 마찬가지예요. 수분이 많은 채.. 2025. 5. 13.
내 아이는 자랐지만, 세상은 점점 비어갑니다. 어린이비율 세계최저라니... 사진 속에서 아이는 아직 작고, 물살 앞에 선 발은 조심스럽기만 했습니다.엄마 손을 꼭 잡고, 튜브 안에서 까르르 웃던 그 여름날. 지금은 그 아이가 나를 끌어안고, 나보다 더 큰 키로 내 어깨를 두드립니다.시간은 흘렀고, 아이는 자랐습니다.그리고 문득…‘그 많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생각하게 됩니다. 미니 핫도그, 돈까스, 통닭.그 시절 아이가 좋아하던 간식들입니다.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작은 손이 먼저 달려들었고,노릇하게 튀겨진 간식 하나로 하루가 참 즐거웠죠.그 평범한 기쁨이,이제는 뉴스 속 숫자들과 겹쳐집니다.2024년,한국은 세계에서 ‘어린이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되었습니다.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겠지요.아이 키우는 일이,언제부터인가 개인의 선택이나 부담으로만.. 2025. 5. 6.
맑게 끓인 국물, 그런 정치가 그립습니다.닭곰탕 오늘은 닭곰탕을 오래 끓였습니다.잡내가 나지 않도록처음부터 찬물에 넣고 천천히 불을 올렸고,뚜껑도 덮지 않았습니다. 급하게 끓이면 국물은 탁해지고속은 덜 익기 마련이라시간이 필요했어요. 닭 한마리가 익는 데도이만큼의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데,사람이 사람을 이끄는 일은얼마나 더 오래, 더 진심으로 끓여야 할까요. 정치는 자꾸만 끓어넘치고,국정은 뚜껑을 덮은 채 휘몰아치지만우리는 맑고 투명한 국물을 원합니다.무언가를 감추러 할수록그 안의 진실은 더 흐려지고,국민의 속은 타들어갑니다. 닭곰탕은 오래 끓일수록 깊어지고,잡내없는 국물은신뢰를 닮았습니다. 정치도 그렇게,맑고 오래 끓인 국물처럼 되면 좋겠습니다.시끄럽지 않아도 믿을 수 있고,뜨겁지만 사람을 위로하는그런 진심이면 좋.. 2025.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