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서 아이는 아직 작고,
물살 앞에 선 발은 조심스럽기만 했습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튜브 안에서 까르르 웃던 그 여름날.
지금은 그 아이가 나를 끌어안고,
나보다 더 큰 키로 내 어깨를 두드립니다.
시간은 흘렀고, 아이는 자랐습니다.
그리고 문득…
‘그 많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미니 핫도그, 돈까스, 통닭.
그 시절 아이가 좋아하던 간식들입니다.
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작은 손이 먼저 달려들었고,
노릇하게 튀겨진 간식 하나로 하루가 참 즐거웠죠.
그 평범한 기쁨이,
이제는 뉴스 속 숫자들과 겹쳐집니다.
2024년,
한국은 세계에서 ‘어린이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아이 키우는 일이,
언제부터인가 개인의 선택이나 부담으로만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게를 함께 나눠주는 사회였더라면,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은 아이들이
태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오늘도 아이가 좋아하던 간식을 튀깁니다.
기름 냄새에 문을 열고 나오는 아이의 웃음을 보며,
이 순간이 얼마나 귀하고도 무거운 것인지
다시금 느낍니다.
작은 기쁨들이 모여
아이들의 내일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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