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나눌수록 정이 된다.
오늘 아침엔 밥과 계란, 다진 채소를 섞어 케이크처럼 찜을 쪘다.
예쁘게 자른 조각 위엔 케첩 한 방울.
마치 누군가의 접시를 기다리는 신호처럼.
누군가와 나눠 먹을 걸 생각하며 만든 음식은
모양도 맛도 달라진다.
혼자 먹는 밥은 대충 퍼 담아도 괜찮지만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은 손길 하나에도 마음이 스민다.
이 계란찜밥케이크는 말하자면 ‘합의의 결과물’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식재료로,
자르기 쉬운 원형으로,
숟가락만 들면 나눌 수 있게 준비된 형태.
밥상은 매일 열리는 회의장이자,
침묵 속에서 공감과 타협이 오가는 정치의 공간이다.
가장 어린 식구부터 먼저 덜어주고,
취향을 배려하며 조용히 순서를 기다리는 것.
이 작은 식탁 위에도 ‘질서’와 ‘배려’, ‘배분’이 자리한다.
밥상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가 꿈꾸는 사회도 이 접시처럼
각자의 자리를 인정하면서도,
예쁘게 나누어진 조각이 하나의 원을 이루는
그런 모습이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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