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킬러, 조각.
그녀의 이름에서 이미 이 영화는 시작됩니다.
단단한 껍질처럼 삶을 견뎌온 사람.
<파과>는 그녀의 시간을 따라가며 묻습니다.
“오래된 건, 과연 쓸모없어지는 걸까?”
이혜영 배우는 정말 ‘조각’ 같았습니다.
빠르고 화려하진 않지만,
세월이 다져낸 단단함과 조용한 위엄이 있었어요.
그 안에 깃든 감정들은 말보다 더 깊게 전해졌습니다.
김성철 배우의 ‘투우’는 조각과 대비되는 젊음이었지만,
그 젊음 속엔 공허함이 느껴졌어요.
두 사람의 대화는 대립이 아니라, 세대의 숨결이 부딪히는 일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늙는다는 건, 사라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도 조금씩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지고 있었던 거예요.
조각처럼요.
함께 먹은 음식: 조개찜
영화를 보고 난 뒤엔 조개찜을 꺼냈습니다.
겉은 딱딱하지만 안은 부드럽고 깊은 맛.
조각이라는 인물처럼요.
세월이 만든 깊은 맛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어지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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