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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일기/밥상 위의 세상

애호박전은 익어가는데, 누군가는 불을 꺼버립니다.

by 밥짓고 글짓는 엄마 2025. 5. 13.

 

 

 

애호박을 썰었습니다.
둥글고 얇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요.
쌀부침가루를 살짝 묻히고 계란물에 적셔서
달궈진 팬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았습니다.

 

 

 

 

애호박 2~3m로 썰어 물기제거 후 쌀부침가루 뭍히기
계란뭂풀어 계란물에 쌀부침가루뭍힌 애호박 퐁당 넣거 적시기

 

 

 

 

 


팬 위에서 애호박전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동안
옆에선 삼겹살김치찌개가 뽀글뽀글 끓고 있었습니다.
제법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아침입니다.

 

 

 

 

끓는 삼겹김치찌개 옆에 쌀애호박전 부치기

 

 

 

 


애호박전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한쪽이 익었다 싶으면 얼른 뒤집어야 하고
너무 오래 두면 타버려요.
반대로, 조급하게 서두르면 속이 설익어 흐물흐물하죠.
그러니까 이건, 작은 타이밍의 예술입니다.

 

 

 

 

가지런한 쌀부침가루로 부친 애호박전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마음이 어둡습니다.
준비된 법안들이 있습니다.
오랜 숙의 끝에 다듬어진 민생 대책들,
돌봄, 주거, 안전, 일자리 같은 삶의 문제들을 다룬 것들이죠.
이미 팬 위에 올려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일부러 불을 줄이고,
누군가는 끝내 뒤집지 않겠다는 듯 버팁니다.
익지도 않고, 타지도 않게… 애매하게만 놔둡니다.

 

 

 

 

삼겹김치찌개와 애호박전 한상 (2005.5.13. 오늘 아침밥상)

 

 

 

 


정치라는 것이
익히고, 뒤집고, 꺼내야 하는 과정이라면
지금 우리는 그 ‘결정의 타이밍’을 누군가에게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한 쪽이 익으면 재빨리 뒤집어줘야하는 애호박전

 

 

 

 


애호박 하나도 정성껏 부치면 한 접시가 되고,
그 한 접시가 누군가의 아침을 따뜻하게 채웁니다.
법안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익혀야 하고, 뒤집어야 하고, 제때 꺼내야
국민에게 도달할 수 있는 한 끼가 되는 거겠죠.

 

 

 

 

간장없이도 고소 담백하니 넘 맛있는 쌀애호박전

 

 

 

 


오늘도 밥상은 차려졌습니다.
애호박전은 익어갑니다.
이제, 뒤집을 줄 아는 손길만 기다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