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미나리는 물 좋고 흙 좋은 자리에서 자라지 않습니다.
오히려 돌이 많고 땅이 거친 곳에서, 뿌리를 힘겹게 내리고 자라나죠.
그래서일까요. 그 향은 더 강하고, 줄기는 더 단단합니다.
오늘은 그 돌미나리로 밥상을 차렸습니다.
소불고기 위에 살짝 올려 마무리한 돌미나리불고기,
살짝 데쳐서 들기름과 소금에 조물조물 무친 돌미나리나물,
그리고 반죽에 섞어 바삭하게 지진 돌미나리전까지.
재료는 단순하지만, 향기만큼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 향은 애써 살아낸 자리에서만 피어나는 것 같으니까요.
거친 땅에서 자라야만 나오는 향,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도 묵묵히 피워내는 봄의 냄새.
밥 위에 올라온 이 봄은
그냥 봄이 아니라
살아낸 계절입니다.
그리고 문득, 사람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환경에서만 피어나는 게 아니라,
힘겹게 견디고 버틴 그 자리에서
더 단단한 향기를 품게 되는 게 아닐까 하고요.
오늘 돌미나리밥상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들향기 속에,
내가 지나온 계절들을 함께 씹어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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