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같은 자리에서, 미역국을 끓입니다.
오늘은 친정아버지 생신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가자미살을 바르고,
미역을 불리고, 국을 끓였습니다.
아침드시기전 갖다드리려고 서둘렀지요.
그 중 조금 덜어둔 미역국 한 그릇은
저희 가족의 아침 밥상 위로 올랐고요.
남은 가자미살 두 덩이는
쌀부침가루와 계란물로 감싸
노릇하게 부쳐냈습니다.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배추 한 포기.
길쭉하게 썰어 소불고기에 함께 볶았죠.
아삭한 배추의 식감은
소불고기의 풍미를 덜어내는 대신
더 따뜻한 속마음을 불러옵니다.
사소한 재료들, 단출한 밥상이지만
그 안엔 매년 아버지 생일을 기억해내는 마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조용히 흐르는 애정과 책임이 담겨 있습니다.
미역국은 부드럽지만, 그 속은 단단합니다.
그 단단함은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시작하게 하죠.
이 아침, 가족을 생각하며 조용히 웃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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