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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세이2

애호박전은 익어가는데, 누군가는 불을 꺼버립니다. 애호박을 썰었습니다.둥글고 얇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요.쌀부침가루를 살짝 묻히고 계란물에 적셔서달궈진 팬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았습니다. 팬 위에서 애호박전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동안 옆에선 삼겹살김치찌개가 뽀글뽀글 끓고 있었습니다. 제법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아침입니다. 애호박전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한쪽이 익었다 싶으면 얼른 뒤집어야 하고 너무 오래 두면 타버려요. 반대로, 조급하게 서두르면 속이 설익어 흐물흐물하죠. 그러니까 이건, 작은 타이밍의 예술입니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마음이 어둡습니다. 준비된 법안들이 있습니다. 오랜 숙의 끝에 다듬어진 민생 대책들, 돌봄, 주거, 안전, 일자리 같은 삶의 문제들을 다룬 것들이죠. 이미 팬 위에 올려진 상태입니다... 2025. 5. 13.
버스는 늦어도, 죽은 먼저 끓여야 하니까. 오늘 아침, 전복죽을 끓였다.전날 밤부터 불려둔 쌀, 정성껏 손질한 전복.끓기 시작한 냄비 앞에서,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죽은 서두른다고 빨리 완성되지 않는다. 불을 낮추고, 거품을 걷고, 천천히 저어야만 부드럽고 속이 편한 ‘한 그릇’이 된다. 오늘 서울 시내버스가 늦었다. 하지만 나는 화가 나지 않았다. ‘준법투쟁’이라는 단어가 뉴스 속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과속하지 않고, 정차 지점을 지키며, 쉬어야 할 시간엔 쉬겠다는 그 조용한 결심이 마치 아침 죽처럼 끓고 있었다. 준법투쟁은 소란스럽지 않다. 그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지키겠다는 선언. 무리하지 않고, 규정을 따르고, 그 안에서 삶의 리듬을 되찾겠다는 움직임. 버스가 조금 늦어도 괜찮다. 그 늦음 속에 누군가의 ‘정상.. 2025.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