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전부는 아니다.
아침으로 감자탕을 끓였다.
그런데 사실 감자는 몇 알 되지 않았다.
등뼈도 없다. 감자탕의 핵심이라는 그 뼈 말이다.
알고 보면 감자탕이라는 이름도,
감자가 들어가서 붙은 게 아니란 설이 있다.
옛날 사람들은 등뼈의 모양을 ‘감자같다’고 여겨
그 뼈를 푹 고아낸 국을 ‘감자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그러니 오늘 아침상에 오른 이 국은
이름만 감자탕이지, 내용물은 다르다.
대신 듬뿍 들어간 시래기,
냉장고에서 꺼낸 돼지고기.
엄밀히 말하자면, 시래기고기국이다.
이름과 실상은 언제나 같지 않다.
멋지게 붙여진 간판과, 속 빈 현실.
감자탕이라 부르지만 감자도 뼈도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는 걸까.
정치도 그렇다. 제도도 그렇다.
이름으로 위장된 많은 것들.
오늘 아침, 국은 맛있었다.
이름이 뭐든, 속은 든든했다.
하지만 그 든든함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 본질을 잊지 말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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