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밥상 , 조용한 결심 하나

두부를 세 가지로 준비했다.
배추와 함께 맑은 국물로 끓이고, 반은 지져서 덜어내고,
나머지는 빨갛게 조려냈다.





모양은 달라도, 맛은 달라도,
두부는 늘 자기 자리를 지킨다.
어느 밥상 위에서도 튀지 않고, 그러나 빠질 수 없다.
그 조용한 힘이 있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너무 많이 말하고, 너무 쉽게 사라진다.
잠시 반짝이는 말, 요란한 퍼포먼스에 사람들은 눈을 돌리지만,
끝까지 남는 건, 조용히 일하던 사람들이다.


크게 말하지 않아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
두부처럼 말이다.
세 가지 요리를 만들면서 생각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빨간 양념을 두른 조림이어도 좋고,
국물 속에서 배추와 함께 조용히 끓고 있어도 좋다.
중요한 건,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것.
두부처럼 단단한 속을 가진 사람.
오늘 아침, 두부 한 모에 담긴 이야기는
생각보다 깊고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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