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일기/밥상 위의 세상

한 그릇의 깊이, 한 수의 무게 - 영화 <승부>와 청국장

밥짓고 글짓는 엄마 2025. 5. 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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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진짜 중요한 건 늘 천천히 다가옵니다.

영화 승부는 말이 적습니다.
바둑판 앞, 고요한 눈빛.
돌을 하나 놓기까지의 침묵.
그 안에 수십 년의 무게가 담겨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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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는 기다립니다.
상대의 수를, 자신의 수를.
그리고 말없이, 단단하게 나아갑니다.

 

그의 기다림은 결코 수동적인 게 아니었습니다.
눈앞의 한 수를 두기 위해,
그는 수천 수를 미리 떠올립니다.
상대가 무엇을 두고,
자신은 어디까지 물러날지,
때론 져주는 수가 이기는 수가 될 수도 있음을.

그 침묵은 생각의 정지선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깊은 움직임의 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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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 위에 놓인 건 단지 돌이 아니라
‘시간’이었고,
‘자기 자신’이었어요.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롯한 자기의 수를 찾아가는 길.
그 길 끝에 이창호는 언제나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청국장을 끓였습니다.
콩이 물을 머금고, 두부가 부서지고,
국물은 서서히 구수해지기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은 그 시간.
하지만 그 안에서 모든 것이 일어나죠.

맛이 드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사람이 익는 데도 그렇습니다.

바둑도 청국장도
인생도 결국은 같은 방식으로 깊어지는 것 아닐까요.
서두르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내 안의 시간에 귀 기울이며 나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