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일기/밥상 위의 세상

쌀국수는 나를 달래고, 쏨땀은 나를 깨운다.- 집에서 떠나는 짧은 여행

밥짓고 글짓는 엄마 2025. 5. 5. 10:00

 

 

 

 

 

오늘의 밥상

비 오는 날 아침, 따뜻한 국물과 상큼한 샐러드가 어울리는 밥상을 차려봤어요.
새우쌀국수 한 그릇, 그리고 쏨땀 한 접시.
익숙하지 않은 조합처럼 보이지만, 입에 착 감기고 마음이 환기되는 맛이에요.

한국식 국밥이나 샐러드 대신, 동남아에서 배운 위로의 방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새우쌀국수 – 조용한 위로

기름기 없이 맑은 국물, 부드러운 쌀국수 면, 그리고 탱글한 새우.
무겁지 않지만 속이 꽉 차는 한끼였어요.
이럴 땐 별다른 반찬도 필요 없더라고요.
국물 한 숟갈이 마음을 다독여주는 날이 있잖아요.

쌀국수는 어느새 우리 식탁 위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음식이에요.
외식으로만 먹던 음식을 집에서, 내가 원하는 재료로 만들 수 있다는 건
작지만 확실한 자립이자, 소소한 자존감이기도 하죠.

 



 



쏨땀 – 깨우는 한 입

반면, 쏨땀은 완전히 다른 에너지!
보통은 파파야 대신 오이와 당근으로 간단히 응용한 쏨땀을 만들지만,

오늘은 그린파파야를 손질해서 정통 쏨땀을 만들어보았어요.
매콤하고 톡 쏘는 맛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하더라고요.

입이 먼저 놀라고, 곧 마음도 따라 깨어나는 듯한 기분.
그런 음식도 필요한 순간이 있어요.
나른한 날, 혹은 슬쩍 지치고 무기력한 날에는요.

 

 

 



낯선 음식을 집에서

예전에는 이런 메뉴를 집에서 해먹는 게 상상도 안 됐는데,
이제는 마트에만 가도 월남쌈 소스며 쌀국수면, 피쉬소스까지 다 있으니까
우리 식탁 위에도 국경이 없어졌어요.

다문화, 다양성,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것—
어쩌면 이런 작은 밥상 위 실천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오늘의 소박한 여행

오늘도 멀리 가지 못했지만,
쌀국수와 쏨땀 한 끼로 마음만큼은 살짝 다른 곳을 다녀온 것 같아요.

집에서 만드는 짧은 여행, 소박한 한 끼의 힘.
요즘 같은 때엔 그게 참 소중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