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와 장어구이, 그 무엇보다 든든한 오늘
연휴의 밥상엔 가족의 안부가 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누구는 연휴가 좋고, 누구는 연휴가 더 피곤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런 날엔 먹는 게 제일이다.
오늘 밥상엔 소고기, 그리고 장어구이가 올라왔다.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장어 위에 간장 소스를 살짝.
불판 위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에서 나는 소리는 마치 긴장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 같았다.
누군가는 “이제 진짜 시험 끝!“이라 외치며 고기를 연달아 집었고, 누군가는 “내일부터 다시 출근이야…” 하며
장어를 조용히 씹었다. 시험도, 일도, 인생도 고단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위로가 된다.
시험 끝, 현실 시작: 기운 내야 하는 시간
시험이 끝났다고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대학 입시는 또 다른 시작이고, 공시생들의 여름은 이제부터다. 몸보신이 필요한 이유다.
장어는 원기회복에 좋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체력보다도 ‘버티는 힘’이 더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지금 우리는 체력보다도 멘탈이 먼저 닳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은 보양식을 먹으며 기운보다도 ‘용기’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이 나라의 ‘보양’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뉴스를 틀면, 며칠 전 논란이 된 ‘청년 정치인 사찰 의혹’, 언론 통제, 그리고 고위직 알박기 인사까지 이어진다. 누군가에겐 이 연휴가 ‘자리를 지키기 위한 보양’의 시간처럼 보인다.
우리가 먹는 장어는 힘을 내기 위해서지만,
그들이 지키는 자리는 기득권을 위해서인 듯하다.
같은 장어, 같은 소고기라도 먹는 이유가 다르면 속도 다르다.
그래도, 오늘은 함께 먹는 날
하지만 오늘은 따지지 말자.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며, 마늘 하나 얹고, 상추에 장어를 감싸 입에 쏙 넣으며 웃었다.
정치도 복잡하고, 세상도 각박하지만,
이 밥상만은 평화롭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가족이, 이 고기보다 소중하다는 걸 안다.
내일은 또 각자의 삶으로 흩어질 테지만,
오늘만큼은 잘 먹고, 잘 쉬고, 잘 웃었다.